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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무렵.
시놉 시티의 하층은 복잡하게 얽힌 미로와도 같은 장소다.
처음에는 시놉 시티의 재개발이 진행되며, 하층은 상층이나 중하층에서 나온 쓰레기나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장소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그 커다랗고 텅 빈 공간을 채운 것은 원래 계획된 폐기물들뿐만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모이고, 등장인물들이 모여들며 상층과 중하층에서는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일자리도 무한대가 아니었다.
또한 원래 이야기 속에서 악당이었던 이들, 라이브러리 월드와 시놉 시티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도 나타났다.
그런 이들이 갈 곳을 찾아 하층으로 모여들었고, 텅 비어있던 하층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무계획적으로 마구잡이로 쌓아 올린 건물들. 버려진 물건들을 사용해서 만든 건물들이 하층의 빈 공간을 가득 채웠고,
건물들과 통로들은 서로 연결되거나 끊어지며 하층을 거대한 미로와도 같게 만들었다. 그 안에 사는 이들은 시놉 시티에서 밀려난
불쌍한 처지의 이들도 있었지만, 누구도 자신들을 찾아낼 수 없게 숨어들어 음모를 꾸미는 악당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하층의 어딘가.
피터 일당에게서 어렵게 도망친 족제비는 바닥에 엎드린 채, 두려움에 떨며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고작해야 꼬맹이 셋한테 당하고… 겨우 도망쳐왔다는 소리냐?”
목소리는 아름답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서늘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족제비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변명했다.
“그, 그게 말입니다, 두목님. 그 녀석들, 꼬맹이지만 제법 강한 데다가… 무, 무기도 이상한 걸 쓰고 있었습니다요. 네.”
“후우.”
두목은 곰방대를 입에서 떼며 한숨과 같은 연기를 내뱉었다.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족제비는 더더욱 몸을 떨기 시작했다.
“고작 한다는 변명이 그런 거더냐?”
“자, 잘못했습니다. 두목님. 제발 용서해 주십쇼…”
족제비의 부탁에도 두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랗고 풍성한 아홉 개의 여우 꼬리가 살랑거리고, 굽이 높은 구두가 또각, 또각,
하는 소리를 내며 나무 바닥을 연주했다. 두목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족제비의 옆에 다가가, 살며시 앉았다.
“고개를 들거라.”
“두목님…”
“어허.”
족제비는 애원하듯 말했지만, 두목은 단호하게 재촉했다. 어쩔 수 없이 족제비는 고개를 들었다. 두목은 그 얼굴에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 연기를 내뿜었다.
족제비의 눈에, 아름다운 나비들이 보였다.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등등. 색색깔의 날개를 가진 나비들은 족제비와 두목 사이를 나풀거리며 날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광경에도 족제비의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살랑, 하고 한 마리의 나비가 족제비의 팔에 앉았다. 그게 신호라도 되듯 수많은 나비는 차례차례 족제비의 팔에 앉았다. 그리고 순간,
그 나비들은 순식간에 거미로 변해 족제비의 팔을 타고 오르며 얼굴로 향했다.
“으, 으아악! 히익!”
놀라 뒤로 넘어진 족제비는 비명을 지르며 기어오르는 거미들을 떼어내고자 팔을 흔들고 훑어냈지만, 거미들은 계속해서 팔을 타고 올랐다.
족제비는 아예 바닥에서 몸을 비틀며 데굴데굴 굴렀지만, 거미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두목은 그런 족제비를 내려보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딱.
잠시 후, 족제비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두목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소리와 함께 족제비의 온몸을 기어 다니던 거미들이 먼지처럼 사라졌다.
거미를 특히 무서워하던 족제비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한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흥.”
두목은 그런 족제비의 모습에 코웃음을 치고는, 방금 족제비에게 일어난 일을 지켜보며 두려움에 떨던 부하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어쩔 수 없지. H.U.N.N.T나 자경단 녀석들이 올인지도 모르니올지도 모르니, 오늘 내로 모아둔 보물들을 모두 이곳으로 옮겨야겠다.”
“오늘… 말씀이십니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부하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두목은 그 부하에게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면서도 부하는 말을 이어갔다.
“그, 그게… 숨겨둔 양이 꽤 많기도 하고, 오늘은 그게, H.U.N.N.T나 자경단이 신고를 받았으면 오늘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며칠 기다렸다가 잠잠해지면…”
“내 환술이 깨지지 않았다면 그리했을 거다.”
두목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방법은 모르겠으나 그 꼬마들은 환술을 깨버렸고, 그렇다면 H.U.N.N.T나 자경단에게도 방법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까지 모아둔 보물은 전부 놈들이 가져가겠지. 그러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가능하면 다시 환술을 걸어두고 말이다.”
꼬맹이들이 신고했다면 어쩌면 지금 창고를 수색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두목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H.U.N.N.T나 자경단이
숨겨진 집을 찾아 거리에 왔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걸 알고 있었고, 똑같은 내용을 신고한다고 해도 오늘 밤 당장 움직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같은 신고가 꾸준히 들어온 것에 수색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전까지는 증거를 없애고 숨겨둔 보물들을 가지고 와야 했다.
“준비하거라. 곧 출발할 것이니.”
“네, 두목님!”
두목의 말에 부하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꾸물거리거나 했다가는 바닥에 누운 족제비처럼 두목에게 혼쭐이 날 테니까.
두목은 부하들의 모습에 코웃음을 치고는, 조금 전 부하에게 건네받은 종이를 꺼내 보았다.
“그건 그렇고 쪼그만 생쥐 녀석들… 지금까지는 귀엽게 봐줄 생각이었거늘.”
그 종이는 생쥐 형제가 그려서 거리에 뿌렸던지도 중 한 장이었다.
생쥐 형제가 몇 번이나 신고하고, 도움을 청한 것은 두목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 성과도 없었기에, 그런 꼬마들을 상대할 필요도 없어
모른 척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오랫동안 모아온 보물들을 잃게 될 상황이 왔는데도 좋게좋게 넘어가 줄 생각은 없었다.
“요즘 꼬맹이들은 맹랑하구나. 가끔은 버릇을 좀 고쳐줘야겠어.”
정체불명의 세 꼬맹이들. 생쥐 형제.
두목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접었다.
밝은 달이 라이브러리 월드의 하늘에 떠올랐다.
달이 높게 뜬 거리에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번화가에서도 슬슬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깊은 밤이었기에, 원래부터 모두가 떠나버린 뒷골목은
낡은 조명 하나만이 깜빡이며 그림자를 지우고 있었다.
그런 뒷골목에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텅 빈 공터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그림자들. 하나씩 둘씩 짝을 지어 커다란 상자를 옮기는 그림자들은 마치 먹이를 옮기는 개미들과도 같았다.
“서둘러! 두목에게 혼나기 싫으면!”
그림자 중 하나의 외침에, 다른 그림자들은 움직임을 더욱더 빠르게 했다.
깜빡이는 낡은 가로등 하나의 불빛 사이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들은 마치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밝은 빛과 함께 그림자들이 사라졌다.
“꼼짝 마라, 이 악당들아!”
갑자기 비춘 빛과 외침에, 악당들은 눈을 가리며 멈춰 섰다.
고개를 돌리자, 악당들은 그게 강력한 손전등을 든 세 명의 꼬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애 둘이랑 여자애 하나… 저것들이 족제비가 말한 꼬맹이들인가?”
“척 봐도 약해 보이는데?”
악당들은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꼬맹이’들인 것에 놀라 웅성거렸다. 족제비가 아직 꼬마들이라고는 했지만, 그저 비유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운데에 서 있던 피터는 단검을 꺼내 악당들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너희들이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는 다 알고 있어! 아 나쁜 녀석들! 지금 얌전히 보물들을 버려두고 생쥐 가족을 괴롭히지 않겠다면 쫓지는 않겠다!”
피터는 당당하게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악당들의 낄낄대는 비웃음뿐이었다.
“들었어? 무서워 죽겠네.”
“아까 족제비들처럼 우리 전부 쓰러트릴 건가 봐!”
“뭐가 그렇게 우스워!”
비웃음에 피터는 버럭 화를 냈지만, 그 목소리에 악당들은 더더욱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피터는 화를 내며 씩씩거렸지만,
스노우가 그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분하지 마, 피터. 그런데 넘어가는 건 저 녀석들 원하는 대로 되는 거야.”
“알고 있어!”
피터는 큰 소리를 냈지만, 스노우의 말에 어느 정도 침착해졌다. 스노우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금방 H.U.N.N.T랑 자경단이 도착할 거야. 지금 당장 도망치면 늦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생쥐 가족에 대한 것도 전부 이야기했으니, 계속 협박하려고 해도 소용없어.”
“호오, 그래?”
스노우의 말에 대답한 것은 악당들이 아니었다. 공터에서 한 명의 그림자가 불빛 속으로 걸어왔다. 동물들로 구성된 악당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곰방대를 문 미녀였다.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 풍성한 아홉 개의 여우 꼬리가 등 뒤에서 살랑이며, 마치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길게 흘러내린 갈색 머리카락 위에는 한 쌍의 여우 귀가 쫑긋거렸다. 스노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구미호… 시군요.”
“호오, 나를 알아보는 꼬맹이가 있구나.”
악당 두목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고 두목은 말했다.
“이 녀석들의 두목을 맡고 있는 ‘구미’라고 한단다, 꼬마야.”
“꼬마라는 이야기를 들을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스노우는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기, 신디. 구미호가 뭐야?”
“나도 몰라.”
피터와 신디가 뒤에서 속삭이는 말에 스노우는 대답했다.
“구미호는 동양의 이야기에 나오는 여우 요괴야.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고, 변신이나 환상을 보여주는 것에 능숙해.
사람이 되기 위해서 100명의 간을 빼어 먹는다고 하는 무서운 존재지.”
“으엑, 간을 빼먹는다고?”
스노우의 설명에 신디는 질렸다는 듯 구미를 바라봤다. 구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꼬마 도령이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란다. 이곳에서는 굳이 사람이 될 필요가 없으니 말이야.
어차피 이곳은 이야기들이 모이는 세상, 사람이 되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
“그럼 왜 이런 나쁜 짓을 하는 거야?”
피터의 말에 구미는 소리 내어 웃었다.
“호호호, 하얀 옷의 도령과 다르게, 녹색 옷의 꼬맹이는 아직 어리구나. 왜 이런 일을 하냐니, 당연한 거 아니더냐?
돈과 보물을 원하는 데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느냐? 더 많은 재산과 편한 생활을 위해서가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
“고작 그런 거 때문에…! 절대 용서 못 해!”
구미의 대답에 피터는 더욱 화를 냈지만, 구미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아무튼, 꼬맹이들아. 용기는 높이 사겠다만, 어른들의 일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다.
더 혼쭐이 나기 전에 얌전히 집으로나 돌아가거라. 아직 돌아갈 수 있을 때 말이다.”
“흥, 너희 같은 나쁜 놈들 말을 누가 들을까 봐!”
구미의 선언에도 피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하지만 스노우는 구미의 선언 속에서 다른 의미를 발견했다.
“아직 돌아갈 수 있을 때? 무슨 뜻이죠?”
스노우의 질문에 구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탁, 하는 소리가 신호라는 듯 공터에서 또 다른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형들…”
“누나…”
그림자들의 정체는 생쥐 가족이었다. 생쥐 형제와 두 마리의 어른 생쥐들. 피터와 신디, 스노우 모두 그 둘이 생쥐 형제의
부모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생쥐 가족들은 줄에 묶인 채, 악당 둘에게 붙잡혀 있었다.
“인질을 잡다니, 비겁해!”
신디의 외침에 구미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비겁하다고? 우린 악당들이란다, 꼬마 아가씨. 비겁하다는 건 칭찬으로밖에 들리지 않단다.”
구미의 말에 다른 악당들도 소리 내어 웃었다. 신디는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지만, 인질이 있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다리에 자신이 있어도, 생쥐 가족에게 도착하기 전에 악당들의 발톱이 생쥐 가족을 노릴 것이었다.
스노우는 차가운 눈으로 상황을 살폈다. 조금 전, 악당들과의 대결을 위한 준비를 하는 도중 몇 가지, 7D에서 개발 중인 도구를 더 가지고 왔지만,
이렇게 악당들이 많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신디와 스노우가 아무 말 없는 것을 보고, 구미는 승리를 확신했다는 듯 곰방대를 피터 일행에게 향하며 말했다.
“자, 이해했으면 얌전히 떠나거라. 지금 떠나면 못 본 척 봐줄 테니. 앞으로 어른들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말이다.”
악당들은 킬킬거리며 피터 일행을 바라봤다. 생쥐 가족 역시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피터 일행을 바라봤다. 구미의 웃음에 만족감이 더해갔다.
“결투하자.”
그때, 피터가 입을 열었다.
“일 대 일로, 대장끼리 정정당당하게 결투하자.”
지금까지 아무 말 없던 피터는, 단검을 겨누며 구미에게 당당하게 선언했다.
잠시,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푸, 푸하하하하하!”
“결투, 결투하재! 저 꼬맹이가 두목하고!”
악당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큰 소리로 비웃는 악당들의 웃음소리에도, 피터는 당당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키득거리며 구미는 말했다.
“정정당당하게 일 대 일로 결투라고, 꼬맹아? 용기가 가상하구나.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 이 상황이 보이지 않느냐?”
구미는 양팔을 벌려 자신의 부하들과 인질로 잡은 생쥐 가족을 보여주며 말했다.
“보다시피 숫자도 우리가 많고, 우리에게는 인질도 있단다. 내가 이렇게나 유리한데, 어째서 너와 일 대 일로 싸워야 하지?
비겁한 건 악당에게는 칭찬이고, 정정당당 같은 건 우리에게는 멍청함이란다. 게다가 너 같은 꼬맹이,
일 대 일로 싸워 이겨도 어디서 자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그런데 어째서 너와 결투를 해야 하지?”
“무서운 거야?”
“...뭐라고?”
씩 웃으며 한 피터의 말에, 비웃던 구미의 눈이 가늘어졌다. 피터는 놀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잖아? 계속 꼬맹이, 꼬맹이하고 부르고, 이겨도 자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나랑 싸우지는 않겠다며. 그렇게 내가 약해 보이면,
결투해서 간단하게 이겨버리면 되는 거 아냐? 그런데 부하들이 많고 인질이 있으니까 싸우지 않겠다는 건… 나랑 일 대 일로 싸우기는 무서우니까,
유리하게 싸우겠다는 거잖아?”
“이 꼬맹이가…! 감히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피터의 말에 구미는 화가 난 듯 외쳤다. 구미의 부하 악당들 역시, 자신들의 두목이 무시당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으르렁거리며 분노를 표현했다.
하지만 피터는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 히쭉 웃을 뿐이었다.
“아냐? 난 내가 무서워서 일 대 일로 결투를 안 하려는 건 줄 알았지. 부하들도 이렇게나 잔뜩 끌고 오고, 게다가 인질까지 잡았잖아.
우리 셋이랑 싸우기 너무 무서워서 아냐? 그런 것 같아서, 나랑 일 대 일로 싸우자는 건데.”
히쭉거리며 놀리듯 도발하는 피터의 말에, 구미는 이를 드러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뜩이고, 아홉 가닥의 꼬리가 불꽃처럼 살랑이며 곤두섰다.
구미는 곰방대를 꽉 쥐며 이를 갈듯 말했다.
“어른을 우습게 봐도 정도가 있는 거란다, 꼬맹아.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상대해주마! 이제 잘못했다고 빌어도 용서해줄 생각은 없다!”
구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외쳤다. 자신의 도발에 넘어온 것에 피터는 만족스럽게 웃었지만, 그 웃음의 의미를 깨닫기에는 구미는 너무 화가 나 있었다.
피터는 신디와 스노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계획대로 잘 부탁해.”
“피터… 정말 괜찮겠어?”
신디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도발하는 것도, 두목과 일 대 일로 대결하는 것도 모두 아까 계획했던 작전 그대로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었다고 신디는 안심할 수 없었다. 악당들의 두목이라는 건 가장 강하다는 뜻일 거고, 거기에 환술 같은 기술까지 쓸 수 있다.
반면 피터는 부하인 족제비에게도 고전했다.
피터는 신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표정에는 걱정 같은 건 없었다.
“괜찮아. 비겁한 악당에게는 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피터는 구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피터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말에도 신디는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
스노우는 말없이 그저 걸어가는 피터의 등을 바라보았다. 스노우 역시 걱정하는 마음은 신디와 같다. 아니, 어쩌면 스노우 자신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신디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노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말을 해도 피터가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으니까.
다만 스노우는 속으로 결심했다. 친구로서, 스노우는 피터를 지키겠다고. 만약 두목을 이기지 못한다면 자신이 피터를 지킬 것이다.
설령 비겁하다는 오명을 들어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거냐며 피터에게 욕을 먹어도.
그리고 피터가 만약 언젠가, 자신의 운명에 끼어들려고 한다면 막을 것이다. 새로운 싸움과 거기에 필요한 힘을 원한다면 말릴 것이다.
피터는 더 큰 힘을 가진다면, 더 큰 위험 속으로 자신을 집어넣을 것 같으니까.
“곧 후회하게 될 거다, 꼬맹아.”
자신을 향해 걸어 나온 피터의 모습에 구미는 이를 드러내며 흉포하게 웃었다. 싸늘한 인상이지만 매혹적인 매력을 드러내던 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전설처럼 사람의 간을 노리는 맹수의 면모가 강하게 드러났다. 그 웃음은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둔 것만 같았다.
“흥, 내가 무서워서 일 대 일로 싸우기도 싫어했으면서.”
하지만 그런 흉악함 앞에서도 피터는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고는 성큼성큼 구미를 향해 다가갔다.
그 너무나도 자신 있는 태도에 구미의 쪽이 긴장할 정도였다. 혹시 이 꼬맹이는 정말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히얍─!”
그걸 확인할 방법은, 먼저 꼬맹이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구미는 걸어 나오는 피터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이미 손톱은 맹수의 발톱처럼 길게 늘어나, 마치 검과 같았다.
“어이쿠!”
피터는 깜짝 놀랐다는 듯 뒤로 물러나며 단검으로 손톱을 쳐냈다. 하지만 구미는 다른 손을 이미 휘두르고 있었다. 피터는 단검으로 다시 쳐낼 시간이
맞지 않자 뒤로 넘어지듯 굴렀다. 하지만 일어났을 때는 이미 구미가 다시 다가와 손톱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자, 잠깐만!”
피터는 다급하게 외쳤지만, 물론 구미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피터는 작은 체구와 날렵한 몸놀림으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슬아슬하게
구미의 손톱들을 피했지만, 밀리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뻔했다.
“역시 저렇게 되잖아!”
신디는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이 상황은 신디가 걱정했던, 아까 전 생쥐 가족의 집에서 족제비와 싸웠을 때 그대로였으니까.
그때는 신디와 스노우가 끼어들어 도와줄 수라도 있었지, 지금은 피터가 스스로 일 대 일이라고 도발까지 한 이상 끼어들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상황을 구경하고 있는 악당들도 끼어들 테고, 숫자가 불리한 일행으로서는 생쥐 가족을 구하기는커녕 함께 붙잡힐 수도 있다.
피터에게 무언가 작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신디로서는 당황스러웠다.
‘뭐야, 이 꼬맹이…?’
당황스러운 것은 공격하고 있는 구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무차별적으로 손톱을 휘두르며 구미는 생각했다.
‘큰소리칠 만큼의 실력은 없어… 완전 엉망진창인데…’
첫 당황은 피터의 반응을 보려 발톱을 휘둘렀을 때 느껴졌다.
공격 자체는 거의 견제에 가까웠다. 피터가 피한 것 자체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을 피하는 동작과,
이어지는 공격을 단검으로 튕겨내는 것을 보며 구미는 당황했다.
이 꼬맹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겁먹거나 두려운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큰소리를 치며 자신에게 승부를 걸었던 데다, 너무나도 자신 있는 태도에 긴장도 했지만 웬걸,
꼬맹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긴장이 풀려서 맥이 빠질 정도였다. 그래서 구미는 허세만 가득한 꼬맹이를 재빨리 해치우고 보물을 챙겨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안 맞지?’
두 번째 당황은 계속해서 공격이 이어지면서였다.
꼬맹이, 피터는 자신을 향해서 단검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구미의 손톱을 피하고 막는 게 고작이다.
분명 자신이 유리하고, 꼬맹이는 불리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공격이 맞지 않는다.
이리저리 작은 몸을 재빠르게, 유연하게 움직이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간다. 쉴 새 없이 몰아쳐도, 움직임에 속임수를 넣어 빈틈을 유도해도,
큰 동작으로 반격을 유도해 공격하려 해도, 꼬맹이는 어느 것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건 단순히 본능이라고만 볼 수 없었다.
분명 오랜 경험으로 쌓인 ‘실력’이었다.
움직임은 엉망진창, 하지만 싸움 경험은 충분. 그 위화감이 구미에게는 당황함으로 느껴졌다. 그 점을 신경 쓰자 피터의 움직임은 더더욱 기묘하게 느껴졌다.
마치 익숙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움직임. 늘 쓰던 무언가가 없어진 것만 같은, 어색한 행동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싸움이 길어지며 구미는 조금씩 초조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 꼬맹이가!”
참지 못하고 구미는 손톱을 크게 휘둘렀다. 피터는 단검으로 손톱을 겨우 막아냈다. 구미와 피터는 손톱과 단검을 맞댄 채,
서로 얼굴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이를 드러내며 구미는 물었다.
“꼬맹이 너, 저 생쥐들과 아는 사이더냐?”
“아니. 아까 처음 만났는데.”
“그럼, 황금알 거위에서 고용된 거냐?”
“아니. 그런 가게가 있다는 것도 오늘 알았어.”
“그렇다면, 내가 모은 보물을 탐내는 거냐?”
“보물을 찾고 싶어서 보물 지도를 따라오긴 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냐.”
온 힘을 다해 구미와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피터는 여유 있게 선선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들은 오히려 구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럼 왜 이렇게 끈질기게 싸우는 것이냐!”
구미의 외침에 피터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뭐라고?”
“너희들이 생쥐 가족들을 괴롭히고, 나쁜 짓을 하잖아. 그런 나쁜 짓을 하는 악당은 당연히 막아야지. 게다가 생쥐 형제가 도와달라고도 했고.
그것 말고 또 무슨 이유가 필요해?”
피터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 대답에 말문이 막힌 건 구미의 쪽이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악당들의 조직에게 덤벼들고, 환술을 쓰는 무서운 두목인 자신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이,
고작 생쥐 몇 마리를 괴롭히고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이라고? 구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이다!”
그리고 예상외의 대답에 구미의 손에서 힘이 빠진 순간을, 피터는 놓치지 않았다. 피터는 재빨리 구미의 손을 흘리고, 단검으로 구미의 가슴을 베었다.
“크흑!”
신음을 흘리며, 구미는 물러났다. 지켜보던 구미의 부하들은 놀랐다는 듯 비명을 지르고, 신디는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스노우는 기뻐하지 않았다.
피터 역시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피터와 스노우, 이를 가는 구미는 동시에 말했다.
“얕았어.”
구미는 상처를 누르던 손을 치워 보였다. 옷자락이 베이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피터의 단검은 크지 않은 상처를 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제법이구나, 꼬맹아. 나를 방심시키려 한 것이냐?”
구미는 이를 갈며 말했다. 피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느 쪽이든 좋다… 나에게 상처를 낸 상대는 오랜만이구나. 꼬맹이라고 얕봤는데, 진심으로 상대해주겠다.”
통증 때문인지 잠시 주저앉았던 구미는 일어났다. 품속에 가지고 있던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며, 구미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려는 것 같았다.
피터는 그렇게 놔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흥,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피터는 그렇게 외치며 구미에게로 곧장 달려갔지만, 구미는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물끄러미 피터를 바라볼 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신디는 구미가 승부를 포기했나 생각했지만, 그때 들려오는 소리에 신디는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악당들. 그 모습에, 신디는 불안함을 느꼈다.
“피터, 조심해!”
신디의 외침과 동시에, 피터는 구미를 향해 뛰어올랐다.
“후우.”
그런 피터를 향해, 구미는 곰방대를 입에서 떼고 연기를 후 내뿜었다. 갑자기 얼굴로 날아오는 연기에 피터는 얼굴을 가렸다.
구미는 표적을 잃은 피터를 가볍게 움직여 피하고는, 마치 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해 피터에게서 거리를 뒀다.
“콜록, 콜록! 뭘 한 거야?”
기침을 하며 피터는 주위를 살폈지만, 주위는 연기로 가득 차 구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후후후, 별것 아니다. 그저 꼬맹이에게도 내 능력을 보여줄까 싶어서 말이지.”
“그 환술인가 그거구나! 비겁하게!”
피터는 사방에 퍼진 연기를 두리번거리며 구미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호호호호호! 몇 번 말해야 알겠느냐? 악당에게 비겁하다는 건 칭찬이라고. 그리고 딱히 비겁할 것도 없지 않느냐?
환술을 쓰는 것은 나의 능력. 그 능력을 쓰는 것은 정정당당한 결투의 범위 안일 텐데?”
“으윽…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피터는 허를 찔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구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후후, 그런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닐 텐데? 이제 나의 환술이 꼬맹이 너를 덮칠 테니 말이다.”
구미의 말이 신호라는 듯, 아름다운 나비들이 피터의 주변에서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노란 날개, 파란 날개, 빨간 날개 등등…
홀릴 것 같은 색채의 나비들은 이리저리 춤을 추며 피터에게 다가왔다. 피터는 그 나비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자, 꼬맹아. 너는 무엇이 가장 무섭니? 거미나 지네 같은 벌레들?”
나비들은 사뿐히 피터의 한쪽 팔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거미와 지네 같은 벌레들이 되어, 피터의 팔을 기어올랐다.
“피터!”
그 모습을 보고 신디가 피터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피터는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자신의 팔을 기어오르는 거미와 지네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음, 아니면 꼬맹이는 다리가 없는 쪽을 더 무서워하니?”
몇 마리의 나비가 피터의 다른 쪽 팔에 사뿐히 앉아서는, 하나로 모여 커다란 뱀으로 변했다. 뱀은 피터의 팔을 휘감으며 쉬익, 쉬익 하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기어올랐다. 하지만 피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저건 분명 환술이야.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스노우는 자신에게 들려주듯 말했다. 하지만 환술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터의 양팔에 올라탄 벌레들과 뱀은 아무리 봐도 진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피터는 왜 아무 반응도 없지…? 설마 너무 무서워서?”
신디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피터를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디의 말대로 피터는 양팔의 벌레와 뱀을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악당들이 낄낄거렸다.
“하하하! 꼬맹아, 그렇게 무섭냐?”
“털어내려고 라도 해봐! 안 그러면 얼굴까지 가버릴걸?”
“아니면 뱀이 목을 조를지도 모르지!”
악당들은 크든 작든 두목에게 환술로 혼이 나 봤기 때문에, 그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그게 환술이라는 걸 안다고,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깨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진짜 같은 환상, 귀에 들리는 소리와 몸에 닿는 촉각까지 느껴지는
그 환술에서 풀려나는 방법은 구미 본인이 풀어주는 것밖에는 없었다.
“후후후, 왜 그러느냐 꼬맹아.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면 어떻겠느냐? 풀어달라든가, 잘못했다든가 말이다.”
구미는 반응 없는 피터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그래도 반응이 없는 피터의 모습에, 구미의 마음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집을 숨겨둔 내 환술을 깬 건 누구였지?
구미는 자신의 환술에 자신이 있었다. 집에 건 환술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 명확하게 ‘집이 있다’라고 인식하지 않으면, 누구도 환술을 깰 수 없을 터였다.
환술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직접 다가가서 확인하지라도 않는 이상 알아차릴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버려진 공터가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챌 수 있단 말인가?
구미는 굳어버린 피터 대신 신디와 스노우 쪽을 바라봤다. 신디에게는 뭔가 기묘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기는 했다. 신디 본인에게라기보다,
신디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에서 느껴지는 힘. 하지만 그 힘으로 환술을 깼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스노우는 뭔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과 침착함 때문에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이들은 환술에 약한 것도 사실이었다.
구미가 보기에 스노우는 규칙에 철저하고 판단력이 좋은, 모범생 타입이었다. 그런 타입은 통찰력은 좋지만,
자신의 세상이 굳어져 있어 환술에는 약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그 둘이 아니라면…
“저기.”
그때, 피터가 입을 열었다. 모두가 웃음과 걱정을 잊고 피터를 바라봤다.
피터는 뿌연 연기 속에서도, 어떻게 인지 구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환술이라는 거, 이게 다야?”